지하물류의 경제성·환경성·사회적 편익 평가 방법
지하물류 시스템은 도시철도의 유휴공간과 운송용량을 활용해 도심 화물을 이동시키는 새로운 물류 인프라다. 화물차가 도심 도로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기존 배송방식의 일부를 철도와 지하 물류거점으로 전환하면 교통 혼잡, 배송 지연, 탄소배출, 생활권 소음과 같은 문제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하물류 사업의 필요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열차와 역사 시설을 개조하고,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며, AGV·AMR과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도시철도의 안전성과 정시성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설비와 운영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지하물류 사업은 기술성뿐 아니라 경제성, 환경성, 사회적 편익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만 비교해서도 안 되고, 화물차 감소에 따른 교통 혼잡 완화와 사고위험 감소, 탄소배출 절감, 생활환경 개선과 같은 공공적 효과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한 비용 계산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생애주기를 대상으로 수행돼야 한다. 시스템엔지니어링은 평가목표와 지표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디지털트윈은 다양한 물동량과 운영조건에서 비용과 편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지하물류의 경제성은 운송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하물류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비교하는 항목은 기존 화물차 운송비와 철도 기반 운송비다. 화물 한 개 또는 화물용기 한 단위를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고 어느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하물류는 열차 운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외곽 물류센터에서 출발역까지 화물을 운반해야 하고, 출발역에서는 분류와 적재작업이 필요하다. 도착역에서는 하역, MFC 보관, 재분류, 최종 배송이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체 비용은 출발지 집하, 전처리, 역사 내부 이송, 철도 운송, 도착역 처리, 최종 배송의 전 과정으로 나눠 분석해야 한다. 철도 구간의 운송비가 낮더라도 적재와 하역, 수직이동 비용이 높으면 전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열차 운송 자체의 직접비용이 기존 차량운송과 비슷하더라도 교통정체로 인한 시간 변동성을 줄이고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물류기업에는 추가적인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 배송 지연 감소와 차량 배차 효율 향상, 운전자 대기시간 절감도 경제적 효과로 평가해야 한다.
생애주기 비용 관점이 필요한 이유
지하물류 시스템은 장기간 운영되는 인프라이므로 초기 구축비뿐 아니라 전체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비용을 분석해야 한다.
초기 투자비에는 역사 공간 개조, MFC 설치, 화물 적재·하역설비, AGV·AMR, 충전시설, 통신망, 센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비가 포함된다. 필요한 경우 열차나 객실 일부를 개조하는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운영단계에서는 전력비, 인건비, 통신비, 소프트웨어 사용료, 시설 임대비, 보험료, 청소와 보안비용이 발생한다. AGV 배터리와 센서, 통신장비, 서버, 기계설비는 일정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유지보수 비용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새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고장 빈도가 증가하고 부품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 역사별로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면 유지보수와 교육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 종료 또는 변경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이 중단되거나 다른 기술로 전환될 경우 설비 철거, 공간복구, 데이터 이전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생애주기 비용 분석을 적용하면 초기 구매가격이 낮은 장비보다 장기간 신뢰성과 유지보수성이 높은 장비가 더 경제적인 선택일 수 있다. 시스템엔지니어링에서는 설계 초기부터 운영과 정비, 폐기까지 고려해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해야 한다
지하물류는 초기 시설투자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물동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화물 한 개당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MFC 임대와 시설운영, 관제시스템, 통신망, 기본 운영인력은 화물량이 적더라도 발생하는 고정비에 해당한다. 반면 포장, 전력사용, 화물처리 인력, 일부 장비 가동비는 물동량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변동비다.
초기 실증사업에서는 화물량이 적기 때문에 단위 운송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결과만으로 상용화 경제성을 판단하면 실제 확장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대규모 물동량을 가정해 고정비가 충분히 분산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위험하다. 실제로 화물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특정 시간대에만 수요가 몰리면 설비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일평균 물동량, 시간대별 물동량, 성수기와 비수기 변화를 반영해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해야 한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물동량과 운영일수도 계산해야 한다.
역마다 경제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모든 도시철도 역사에 지하물류 MFC를 설치한다고 해서 동일한 성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위치와 주변 배송수요, 공간 여건, 환승구조, 엘리베이터 용량, 지상 접근성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진다.
주변에 상업시설과 주거지역이 밀집하고 온라인 주문 수요가 많은 역은 충분한 물동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배송수요가 적거나 역 주변 도로 접근성이 지나치게 불리한 곳은 최종 배송비가 높아질 수 있다.
기존 유휴공간을 적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사와 대규모 개조가 필요한 역의 투자비도 다르다. 승강장과 MFC 사이의 거리가 길거나 여러 층을 이동해야 한다면 AGV 수와 엘리베이터 사용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역사 선정 시에는 단순히 유휴공간의 존재 여부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예상 물동량, 화물 발생지역, 최종 배송권역, 공간개조비, 승객 혼잡도, 장비 운영비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면 후보 역사별로 동일한 운영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처리량과 비용을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선 실증역과 확장 대상역을 선정할 수 있다.
환경성 평가는 전체 운송과정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지하물류는 일반적으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설명되지만 열차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탄소배출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철도 운송에 필요한 전력, AGV 충전, MFC 냉난방과 조명, 자동분류설비, 서버와 관제센터 운영에도 에너지가 사용된다. 출발역과 도착역까지 연결하는 지상 운송수단이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기대한 만큼 환경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환경성 평가는 화물의 출발부터 최종 배송까지 전 과정의 에너지 소비와 배출량을 계산해야 한다. 기존 화물차가 외곽 물류센터에서 도심 목적지까지 직접 배송하는 방식과 지하물류를 이용하는 방식을 동일한 범위에서 비교해야 한다.
지하물류 방식에서는 외곽 물류센터에서 출발역까지의 운송, 철도 운송, 역사 내 자동이송, 도착역 MFC 운영, 최종 배송을 포함해야 한다.
평가범위가 다르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철도 구간의 배출량만 계산하고 MFC와 최종 배송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외하면 환경효과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탄소배출 절감은 대체되는 차량 운행에서 발생한다
지하물류의 주요 환경효과는 기존 화물차 운행의 일부를 철도로 전환할 때 발생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열차가 몇 번 운행됐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몇 대의 화물차와 어느 정도의 운행거리가 감소했는지다.
열차로 많은 화물을 운송했더라도 기존 배송차량이 동일하게 운행했다면 탄소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화물 통합을 통해 여러 대의 소형차량 운행을 줄이고 최종 배송을 전기차, 자전거, 도보, 배송로봇으로 전환하면 환경효과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평가에서는 대체 차량 수, 감소한 주행거리, 차량 종류, 평균 적재율을 확인해야 한다. 빈 차량의 회송거리와 물류거점까지의 추가 이동거리도 포함해야 한다.
기존 배송차량의 적재율이 낮다면 지하철을 이용한 공동운송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반면 기존 차량이 이미 높은 적재율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지하물류 전환의 추가 효과가 작을 수 있다.
탄소배출 절감량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화물량과 운송거리, 에너지원, 최종 배송수단에 따라 달라진다. 여러 조건을 시나리오로 분석해야 현실적인 값을 얻을 수 있다.
교통 혼잡 완화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
도심 화물차량 감소는 단순한 차량 수 감소 이상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도로 혼잡이 줄어들면 다른 차량의 통행시간과 연료소비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퇴근시간이나 상업지역에서 반복되는 소형 화물차의 정차와 하역은 도로 용량을 감소시키고 주변 교통 흐름에 영향을 준다. 지하물류를 통해 배송차량의 진입횟수를 줄이면 도로 흐름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교통 혼잡 완화 효과는 감소한 차량 운행거리, 도로 통행시간, 배송차량의 정차시간, 평균속도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화물차가 줄어든 공간에 다른 차량이 추가로 진입하면 장기적인 혼잡 완화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이를 유발교통의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하 MFC 주변에 배송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새로운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 배송기사의 도착시간을 분산하고 적절한 상하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트윈에서는 철도 물류모델과 지상 교통모델을 연결해 MFC 설치 전후의 차량 흐름을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화물차 운행거리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어느 시간대와 도로에서 혼잡이 완화되는지 분석할 수 있다.
대기오염과 소음 감소도 사회적 편익이다
도심 화물차량이 감소하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주거지역과 학교, 병원 주변의 배송차량 운행이 감소하면 시민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음도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새벽과 야간에 운행하는 화물차, 상하차 작업, 공회전은 주민 민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하물류가 이러한 작업의 일부를 지하공간으로 이전하면 지상 생활권의 소음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 내부에서 AGV와 분류설비, 환기장치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진동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환경효과를 평가할 때는 도시 전체의 평균값뿐 아니라 영향을 받는 지역과 인구를 고려해야 한다. 동일한 차량 한 대 감소라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발생할 때 사회적 편익이 더 클 수 있다.
다만 지하공간에서 발생한 소음과 에너지 사용을 단순히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역사 이용객과 작업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평가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교통사고 감소 가능성을 분석해야 한다
도심 배송차량이 줄어들면 차량과 보행자, 이륜차 사이의 사고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배송차량의 불법 주정차와 급정차, 후진 작업이 감소하면 도로 안전성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지하물류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다. 역사 안에서 승객과 AGV가 충돌하거나 화물 적재물이 떨어질 수 있으며, 배터리 장비의 화재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안전 편익은 기존 도로사고 감소효과와 지하공간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존 배송방식에서 발생하는 사고율과 차량 운행거리를 기준으로 예상 사고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지하물류에서는 AGV 운행거리와 승객 접촉 가능성, 비상정지 횟수, 아차사고 데이터를 이용해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지하물류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사고 감소효과만 강조하면 전체 사회적 편익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배송 정시성과 도시 회복력의 가치
지하물류는 도로 교통상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심 교통이 혼잡하거나 일부 도로가 통제돼도 열차 운행이 유지된다면 일정한 시간에 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시성은 단순한 배송시간 단축과는 다른 가치다. 물류기업은 도착시간의 변동성이 줄어들면 인력과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수취인도 더 정확한 시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재난이나 폭설, 대규모 행사로 지상 교통이 불안정할 때 지하물류가 대체 운송망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의약품과 긴급물품, 생활필수품의 운송에 활용한다면 도시 회복탄력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도시철도 자체가 재난이나 장애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지하물류만을 유일한 운송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지상차량과 다른 철도노선, 인접 물류거점을 포함한 대체계획이 필요하다.
도시 회복력의 편익은 평상시 운송비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특정 위기상황에서 배송중단을 줄이고 복구시간을 단축하는 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시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지하물류 사업은 물류기업과 철도 운영기관만의 사업이 아니다.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과 주변 주민, 상점, 배송기사, 역사 작업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MFC가 설치되면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주변 상권에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이 공동물류서비스를 이용하면 개별 배송비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역사 내부 공간이 물류시설로 전환되면 시민 편의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 배송기사와 물류장비가 증가하면서 역사 주변이 혼잡해질 수도 있다.
자동화가 확대되면 반복적이고 위험한 운반작업을 줄일 수 있지만 일부 기존 일자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관제, 로봇 유지보수, MFC 운영, 친환경 배송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회적 편익 평가에서는 일자리 수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고용의 질과 안전성, 필요한 기술 수준, 지역주민 참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직접편익과 간접편익을 구분해야 한다
지하물류의 직접편익에는 운송시간 절감, 차량 운영비 감소, 물류 처리비 절감, 배송 정시성 개선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물류기업과 운영기관이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는 효과다.
간접편익에는 도로 혼잡 완화, 사고 감소, 탄소배출 절감, 대기질 개선, 소음 감소, 도시공간 활용효율 향상이 포함된다. 이러한 편익은 사회 전체에 분산되기 때문에 사업자의 수익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공공적 편익이 크지만 사업자의 수익성이 낮다면 민간투자만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 경우 공공기관의 지원과 공간 제공, 초기 실증비용 분담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편익이 명확하지 않은데 사업자 수익만 높은 구조라면 공공 도시철도 시설을 활용하는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업모델은 민간 수익과 공공 편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편익의 이중계산을 피해야 한다
경제성 평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류 중 하나는 동일한 효과를 여러 항목에 중복해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송시간 단축을 물류비 절감으로 계산하고, 같은 시간을 다시 이용자 시간편익으로 모두 반영하면 편익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차량 운행거리 감소에 따른 연료비 절감과 탄소배출 절감은 서로 다른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연료세나 일부 외부비용이 이미 다른 항목에 포함돼 있다면 중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화물차 감소로 인한 혼잡 완화와 통행시간 절감도 계산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접 감소한 배송차량의 시간절감과 주변 일반차량의 통행시간 개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평가항목별 정의와 계산식을 초기부터 명확히 하고 항목 사이의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시스템엔지니어링의 요구사항 추적방식을 적용하면 각 편익이 어떤 운영변화에서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준 시나리오를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지하물류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비교대상인 기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화물차 배송방식을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분석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전기화물차 보급과 배송거점 확대, 자율주행 기술, 도로교통 정책의 변화가 기존 물류체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배송방식뿐 아니라 개선된 지상배송 시나리오와도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화물차 공동배송, 도심 MFC와 자전거 배송을 결합한 방식, 철도 기반 지하물류 방식의 비용과 환경효과를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지하물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안보다 우수하다는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 중에서 어떤 조건에서 경쟁력을 가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불확실성과 민감도 분석이 필요하다
지하물류 사업의 경제성은 화물량과 운영비, 전력가격, 인건비, 장비 수명, 배송거리와 같은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실증단계에서는 장기간 운영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의 값으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요 변수에 여러 값을 적용하는 민감도 분석이 필요하다.
화물량이 예상보다 30% 적을 때 경제성이 유지되는지, 인건비와 전력비가 상승할 때 단위 운송비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AGV 수명이 예상보다 짧거나 유지보수비가 증가하는 상황도 검토할 수 있다.
낙관적, 기준, 보수적 시나리오를 구분하면 사업의 위험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낙관적인 조건에서만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대규모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
민감도 분석은 단순히 사업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변수를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물동량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면 화주 확보가 핵심전략이 되고, 장비 유지비가 중요하다면 표준화와 장기 유지보수 계약이 필요하다.
디지털트윈 기반 경제·환경 통합평가
디지털트윈은 실제 운영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열차 운행과 화물량, AGV 이동, MFC 재고, 배송차량 운행을 하나의 모델에 연결하면 시나리오별 비용과 에너지 사용량을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화물량을 증가시켰을 때 열차 운송 효율은 높아지지만 MFC 확장과 AGV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배송권역을 넓혔을 때 철도 운송의 장점과 최종 배송거리 증가의 영향을 비교할 수도 있다.
전기 배송차량과 자전거, 도보 배송의 비율을 바꿔 탄소배출량과 운영비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특정 역사에서 화물을 처리하는 방식과 인접 역사로 분산하는 방식도 비교할 수 있다.
실제 운영 이후에는 계획값과 실적값을 비교해 모델을 보정해야 한다. 예상보다 전력사용량이 높거나 차량감소 효과가 작다면 운영전략과 평가가정을 수정해야 한다.
성과지표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하물류 실증사업의 성과는 하나의 지표로 판단하기 어렵다. 처리량만 높아도 안 되고 탄소배출만 줄어도 지속 가능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제성 지표에는 화물 단위당 총비용, 초기 투자회수기간, 시스템 가동률, MFC 공간활용률, 장비 유지비가 포함될 수 있다.
물류성능 지표에는 평균 운송시간, 배송 정시율, 오분류율, 화물 체류시간, 최대 지속 처리량을 적용할 수 있다.
환경성 지표에는 화물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 감소한 화물차 운행거리,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 대기오염물질과 소음 변화를 포함할 수 있다.
사회적 지표에는 승객 불편, 안전사고와 아차사고, 시민 수용성, 일자리 변화, 지역상권 이용도, 재난 대응효과가 포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초기 요구사항과 성과지표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탄소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면 실제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해야 한다.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하물류는 공공 도시철도 시설을 활용하면서 민간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철도 운영기관은 유휴공간 활용과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승객 서비스와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물류기업은 비용절감과 정시배송의 이점을 얻을 수 있지만 시설사용과 운영에 필요한 적절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교통과 환경 편익이 충분하다면 초기 실증과 기반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공공지원이 특정 기업의 수익으로만 이어지지 않도록 공동이용과 성과공유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여러 물류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면 시설 활용률과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참여기업 간 데이터와 화물처리 우선순위, 책임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요금체계도 중요하다. 화물량과 이용시간, 보관기간, 긴급성, 장비사용량에 따라 차등요금을 적용할 수 있다. 공공편익이 높은 친환경 최종 배송수단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단계적 확장과 의사결정 기준
지하물류 실증이 성공했다고 해서 즉시 여러 역사로 확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실증에서 확인한 비용과 편익이 다른 역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확장 여부는 안전성과 기술성, 경제성, 환경성, 시민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
첫 단계에서는 제한된 구간에서 핵심 기술과 물류 흐름을 검증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충분한 물동량을 확보하고 장기간 운영하면서 실제 비용과 장애빈도를 측정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다른 역사와 노선으로 확대하면서 표준화와 네트워크 효과를 평가한다. 여러 MFC가 연결되면 화물 분산과 우회운송이 가능해지지만 통합관제와 데이터 관리의 복잡성도 증가한다.
확장기준에는 최소 물동량, 단위 물류비, 열차 운행 영향, 탄소절감량, 시민 불편 수준을 포함할 수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규모를 늘리기보다 사업모델과 운영방식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지하물류의 가치는 도시 전체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지하물류의 가치는 열차 한 편이 운송한 화물 수량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도심에서 실제로 감소한 화물차 운행과 교통 혼잡, 탄소배출, 배송시간, 시민 생활환경의 변화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경제성이 충분하지 않은 시스템은 장기간 운영되기 어렵다. 반대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은 낮더라도 교통과 환경, 안전 편익이 크다면 공공투자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시스템엔지니어링은 사업목표와 이해관계자 요구를 경제·환경·사회 성과지표로 연결한다. 디지털트윈은 다양한 물동량과 운영조건, 기술대안을 가상으로 비교하고 실제 운영데이터를 이용해 평가결과를 지속적으로 갱신한다.
중요한 것은 지하물류가 항상 기존 배송보다 우수하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역사 구조와 화물수요, 최종 배송거리, 에너지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지하물류가 가장 효과적인 구간과 화물, 시간대를 찾아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지하물류의 성공은 기술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투자한 비용 이상의 물류효율과 공공편익을 만들고, 그 성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는 데 있다.
경제성, 환경성, 사회적 편익을 전 생애주기 관점에서 균형 있게 평가할 때 지하물류는 일회성 기술실증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물류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